[TOPIC] ‘반값 부동산 중개수수료’ 파장 변호사·출판사·대학생까지 뛰어들어 혈전

한주원
2018-01-02 12:12
조회수 199

“부동산 중개업체 담합으로 수수료에 부담을 느끼는 시민이 많다. 적정 수수료를 책정해 집을 구하는 매수자 부담을 줄이고 고착화된 부동산 중개 시장을 바꾸기 위해 반값 수수료 앱을 만들었다.” (집토스 관계자)


“중개보수를 받지 않거나 파격적으로 적게 받는 것이 오히려 불공정거래다. 가뜩이나 공인중개사 수익이 높지 않은 상황에서 무분별하게 수수료를 낮추면 영세 공인중개사가 영업을 지속하기 어렵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


변호사, 출판사, 스타트업까지 부동산 중개 시장에 뛰어들어 ‘반값 수수료’를 제시하면서 ‘적정 중개수수료’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나치게 높은 공인 부동산 중개수수료를 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반면 공인중개사들은 “고유 업무 영역 침해”라며 반발한다. 


중개수수료를 대폭 낮춘 부동산 서비스가 속속 출시되면서 기존 공인중개업계 수수료율 조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반값 수수료 앱 쏟아져


▷정액제로 소비자 끌어들여


부동산 중개수수료 논란이 큰 이유는 공인중개사 주 수입원인 중개수수료를 ‘반값’에 제공하는 앱이 늘면서 기존 중개업자 입지가 좁아졌기 때문이다. 한발 더 나아가 아예 수수료를 받지 않거나 정액제로 중개하는 서비스가 늘고 있다. 


2016년 3월 서울대 학생 3명이 창업한 스타트업 ‘집토스’. 전월세 매물을 중개할 때 집토스는 임대인(집주인)에게서만 중개수수료를 받는 ‘반값 수수료’ 정책을 시행 중이다. 세입자는 부동산 중개수수료를 내지 않아 부담이 적고 집주인은 세입자를 빨리 구할 수 있다. 집토스는 처음엔 온라인, 스마트폰 앱으로만 매물을 공개하다 최근엔 서울 관악점·왕십리점과 강남점 등 오프라인 사무실을 열어 영업 중이다. 지금까지 1만1000여건 매물이 등록돼 총 500여명이 이용했다. 또 다른 부동산 앱인 ‘공짜방’ ‘우리방’도 집주인에게서만 수수료를 받는다. ‘바니조아’ 역시 매매·전월세 거래에서 반값 수수료만 받고 중개를 해준다. 


수수료 정액제를 선보인 업체도 있다. 부동산 중개 스타트업인 ‘부동산다이어트’는 거래금액과 상관없이 0.3% 수수료만 받는다. 변호사들이 만든 부동산 중개 서비스 트러스트부동산도 매매, 전월세 거래 상관없이 45만원(3억원 미만), 99만원(3억원 이상) 두 가지 정액제 수수료를 앞세웠다. 변호사가 매물이 안전한지 확인해주고 부동산 매매, 임대차 거래까지 직접 진행하는 식이다. 


교육 출판사인 진학사는 지난 2017년 8월 ‘복딜’이라는 앱으로 부동산 중개 시장에 진출했다. 집주인이 매물을 앱에 올려놓으면 이 매물을 중개하고 싶은 공인중개사가 경쟁입찰에 참여하고 이 가운데 가장 낮은 수수료를 제시한 공인중개사가 중개 권한을 얻는다. 평균 낙찰가율은 오프라인 공인중개사들이 받아 가는 수수료의 약 70% 수준이다.


이들 앱은 그간 공인중개사 고유 영역이던 부동산 중개수수료가 비싸다는 점에 주목한다. 중개업자가 받는 중개수수료는 지역, 매물에 따라 다르지만 통상적으로 거래금액에 요율을 적용해 계산한다. 서울 기준 현행 법정 수수료율은 매매·교환이 0.4~0.9%, 임대차는 0.3~0.8% 이내다. 상한선이 있지만 하한선이 없다. 공인중개사가 원한다면 얼마든지 수수료를 낮출 수 있다. 수수료를 아예 안 받아도 불법은 아니다.


소비자들은 이런 반값 수수료 확산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공인중개사, 집주인, 세입자가 협의해 복비를 정할 수 있다지만 대개 공인중개업자는 상한 요율대로 중개수수료를 내라고 요구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특히 전세의 경우, 워낙 매물이 부족하다 보니 세입자가 중개업자와 중개수수료를 협의하거나 협상에서 결정권을 갖기 더욱 어려웠다.


“복비(중개수수료)가 너무 비싸다”는 소비자 불만에 국토교통부는 2015년부터 매매가격 6억~9억원, 전세 보증금 3억~6억원의 수수료 상한을 각각 기존의 절반 정도인 0.5%, 0.4%로 내리는 방안을 시행했다. 하지만 “기존 수수료 상한 자체가 너무 높아 변화를 체감하기 어렵다”는 비판이 많았다.


서울 강남구 개포동에서 아파트를 매입한 박준희 씨는 “공인중개사를 통해 10억원짜리 집을 사고팔면 수수료로 900만원이나 내야 하는데 10분의 1 수준(99만원)만 냈으면 좋을 뻔했다”고 아쉬워했다.


▶위기감 도는 부동산 중개업


▷이미 포화 상태에 출혈경쟁까지


반값 수수료를 앞세운 업체가 속속 등장하자 공인중개업계에는 위기감이 돈다. 가뜩이나 ‘복덕방 변호사’로 알려진 트러스트부동산을 한국공인중개사협회가 2016년 고발한 이후 업무 영역 침해 논란이 한창 뜨겁다. 트러스트부동산 공승배 대표 변호사는 공인중개사 자격증 없이 부동산 거래를 중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무죄를 받자 불안감이 더욱 커졌다. 이후 2017년 12월 13일 2심 선고에선 유죄가 인정됐다. 하지만 공승배 대표는 변호사·공인중개사가 협업하는 부동산중개법인을 출범시키기로 하면서 업계는 부동산 중개수수료를 놓고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굳이 반값 수수료 앱 등장이 아니더라도 공인중개업 시장은 이미 포화 상태에 접어들었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에 따르면 2017년 1~11월까지 개업 공인중개사는 10만1720명으로 2016년보다 5700명 이상 늘었다. 현재 영업 중인 부동산 공인중개업소는 10만개에 육박한다. ‘장롱면허’로 불리는 비개업 공인중개사도 약 30만명이다. 포털이나 모바일 앱을 중심으로 중개 시장이 재편되고 있다. 이런 여파로 지난 5년 동안 휴업하거나 아예 폐업한 공인중개사는 연평균 1만4000여명에 달한다. 게다가 이들 공인중개사 가운데 73%는 연매출이 4800만원 미만인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중구 개업 공인중개사 최 모 씨는 “부동산 거래 보증 보험과 한 달 수십만원에 달하는 포털·앱 내 광고비, 사무실 임대료를 제하고 나면 실제로 손에 쥐는 금액은 월 200만원이 채 안 된다”며 “반값 수수료가 보편화되면 밥줄이 아주 끊길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종로구의 또 다른 개업 공인중개사 김 모 씨는 “거래 대부분은 공동 중개로 매도자·매수자 모두에게 수수료를 받는 일은 드물다. 비수기엔 한 달에 거래가 한 건도 없는 경우가 허다한데 건당 99만원만 받으려면 사실상 폐업을 고민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공인중개업계는 제 살 깎아 먹기라며 반발하면서도 부동산 중개수수료를 조정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2017년 7월 한국공인중개사협회는 국토교통부에 ‘중개보수 선진화’ 방안을 연구하겠다고 밝혔다. 협회는 2018년 3월 연구 용역에 들어가 2년간 중개보수 선진화 로드맵을 내놓는다는 계획이다.


일각에선 공인중개업계 스스로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선진국에서는 중개사무소가 더 비싸지만 시장 조사 보고서와 세무 상담 등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한다”며 “국내 중개업체들이 수수료만큼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지 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중개법인 등 법인화, 대형화를 통해 공인중개사도 얼마든지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데 규제 테두리 안에서 보호받다 보니 경쟁력을 잃은 것”이라며 “오랫동안 유지돼온 중개수수료 체계가 근본적으로 변하고 선진화하는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총평했다.


[정다운 기자 jeongdw@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940호 (2018.1.37~2018.1.9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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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춘추전국시대네요
부동산 앱 진짜 많아졌네요
부동산 서비스의 질을 높입시다